저자 소개

이재승 교수는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국제법과 이행기정의(transitional justice) 분야의 권위자이다. 제주4·3에 대한 법학적 접근의 선도적 연구자로, 2003년 진상조사위원회의 공식 보고서 발표 직후인 2004년에 이 평가 논문을 발표하여, 한국의 과거청산 정책을 국제적 기준에서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논문 개요

이재승의 2004년 논문은 2003년 10월 15일에 정부 공식보고서로 확정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한 체계적이고 엄격한 평가를 제시한다. 저자는 UN 인권위원회의 주아네 기준(Joinet Principles)과 국제적 과거청산 사례들을 준거로 삼아, 한국의 제주4·3 진상규명 작업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했는지를 검토한다. 논문은 진상조사보고서가 몇 가지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국가범죄의 규정, 책임자 처벌, 희생자 차별, 재발방지 등 여러 측면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핵심 논점 분석

1. 과거청산의 국제적 기준과 한국의 현실

논문은 UN 인권위원회에서 제시한 과거청산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국민 전체가 진실을 알 권리, (2) 공정한 조사위원회 구성, (3) 조사기록의 보존과 공개, (4) 책임자 처벌, (5) 국제법원 관할권 보장, (6) 공소시효 배제, (7) 국가의 배상 의무, (8) 상징적 조치, (9) 재발방지 등이다. 저자는 한국의 체제이행이 “완만한 이행”(gradual transition)의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민주정부가 청산대상자(구 독재정권의 인물들)를 정권의 기초로 삼고 있어, 제주4·3특별법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만 집중하고 “불처벌”과의 투쟁을 포기했다는 의미이다.

2. 보고서의 본질규정 문제: “항쟁”인가 “수난”인가

논문의 가장 핵심적인 지적 중 하나는 보고서가 제주4·3의 본질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야산대의 활동을 단순한 “수난의 역사”가 아닌 “정당한 항쟁”으로 볼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다만 저자는 2003년 위원회가 항쟁론의 관점에서 평가하기에는 정치적으로 제약이 있었음을 이해하면서도, 이러한 회피는 진상규명의 근본적 약점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저자가 2021년 논문에서 국제법의 자결권 개념을 통해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3. “집단살해(genocide)“의 명시적 규정 부재

보고서는 “대량학살”, “초토화작전”, “대량인명살상”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집단살해(genocide)로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것이 국가의 의도적인 “용어 순화”라고 비판한다. 보고서가 국가범죄를 “불필요하게 많은 민간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안타까운 불상사”로 표현함으로써,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국가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정부 공식보고서가 국가를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는 태도는 “과거청산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안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한국의 구조적 문제이다.

4. 책임자 처벌 배제와 진실규명의 한계

논문은 진상규명과 정의실현을 구분하면서, 두 차원이 불가분하다고 주장한다. 책임자 처벌을 배제하고 진상규명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피해사실 연대기 작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임자처벌이나 피해배상을 아예 배제한 진실규명은 실제로 개별적인 학살상황들에서 살육행위의 책임자 즉, 범죄자, 지휘계통을 명료하게 밝히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남아공의 진실-화해 모델이나 남미의 진실-정의 모델과 달리, 한국의 접근을 “위령(慰靈) 모델”이라고 부르게 하는 이유이다.

5. 위원회 구성의 문제: 공정성과 독립성

저자는 제주4·3위원회가 “가해자”(우익 세력의 대변자)와 “피해자” 대리인을 동등하게 포함하여 구성된 것을 비판한다. “사태를 학살이라고 보는 사람과 공산도배의 폭동이므로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사람 사이에서 공동작업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또한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국무위원들이 다수 참여함으로써 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는 보고서의 “용어순화”와 “국가범죄 규정 회피”로 이어진 주요 원인이다.

6. 희생자 차별: “무고함”과 “유고함”의 구분

보고서는 “무고한 민간인”과 암시적으로 “유죄한 자”(예: 좌익 활동가)를 구분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구분을 비판한다: “집단살해 앞에서는 모두가 무고한 자이다. 그리고 군경에 의한 희생자뿐만 아니라 야산대에 의한 희생자도 동일한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보고서는 진상규명의 과정에서 희생자들을 인권적 관점에서가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차별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좌익은 죽여도 된다는 논리를 청산하는 것이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7. 국제적 사례와의 비교: 과테말라의 역사적 진실규명위원회

저자는 과테말라의 역사적 진실규명위원회 보고서를 상세히 소개하며, 제주4·3보고서와 비교한다. 과테말라의 보고서는 다음을 포함한다: (1) 희생자 존엄성 회복, (2) 소유물의 원상회복, (3) 경제적·심리적·법률적 보상, (4) 도덕적·상징적 보상, (5) 인권교육, (6) 군 개혁, (7) 강제실종자 수색 및 발굴, (8) 정의구현과 갈등해결, (9) 불처벌 금지, (10) 국제인도법 교육 등. 저자는 이를 통해 제주4·3보고서의 건의사항이 “지나치게 소략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국문 요약 (5 Paragraphs — Academic Writing Style)

이재승의 2004년 논문은 2003년 공개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한 국제적·법적 기준에 기초한 비판적 평가이다. 저자는 UN 인권위원회의 주아네 원칙과 국제적 과거청산 사례들을 준거로 삼아, 한국의 제주4·3 진상규명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준을 충족했는가를 검토한다. 한국의 민주화가 “완만한 이행”의 특성을 가진 결과, 제주4·3특별법은 국가범죄의 규정과 책임자 처벌을 배제하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만 집중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진단이다. 이는 제주4·3 과거청산을 국제적 기준의 정의실현(transitional justice) 모델에서 벗어나게 한 구조적 원인이다.

논문은 보고서가 제주4·3을 “항쟁”인지 “수난”인지 본질적으로 규정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야산대의 활동을 단정반대의 정당한 항쟁으로 볼지, 아니면 국가폭력의 일방적 희생으로 볼지의 문제는 제주4·3의 법적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저자는 2003년의 정치적 제약을 이해하면서도, 이러한 회피가 진상규명의 근본적 약점이라고 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고서가 “대량학살”, “초토화작전”을 언급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집단살해(genocide)“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가 자신의 범죄를 “용어순화”를 통해 물타기하려는 의도의 반영이며, 국가가 범죄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나타난다.

저자는 진상규명과 정의실현이 불가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임자 처벌과 피해배상을 배제한 채 진상규명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피해사실 연대기 작업”에 불과하다. 개별적인 학살의 책임자, 지휘계통, 범죄자를 명료하게 밝히지 않은 보고서는 국가범죄를 규정하지 못한 것이다. 저자는 남아공의 진실-화해 모델이나 남미의 진실-정의 모델과 달리, 한국의 제주4·3 진상규명을 “위령(慰靈) 모델”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상징적 조치와 생계지원으로 과거를 무마하되, 국가범죄의 법적 규정과 책임자 처벌은 회피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논문의 또 다른 중요한 지적은 희생자 차별의 문제이다. 보고서가 “무고한 민간인”을 강조함으로써, 암시적으로 좌익 활동가나 야산대 가담자는 “유죄”로 분류하려는 경향을 드러낸다. 저자는 이에 반박하여 “집단살해 앞에서는 모두가 무고한 자”라고 주장한다. 누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는지와 관계없이, 국가에 의한 대량살상은 인권 위반이며 국가범죄이다. 또한 보고서는 위원회의 구성과정에서도 문제를 드러낸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국무위원들이 다수 참여함으로써 독립성이 훼손되었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등하게 포함하는 구성으로 인해 보고서의 내용이 타협적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재승의 2004년 평가는 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가 국제적 기준의 과거청산에 미달한다는 판단을 제시한다. 저자는 과테말라의 역사적 진실규명위원회 보고서를 예로 들어, 보상조치, 인권교육, 군 개혁, 강제실종자 수색, 불처벌 금지 등을 포함한 포괄적 권고사항과 비교한다. 제주4·3보고서의 건의사항은 “지나치게 소략하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이다. 다만 저자는 보고서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으며, 이를 “과거청산의 시작”이자 “중간매듭”으로 본다. 앞으로의 과제는 국가범죄의 명시적 규정, 책임자 처벌, 피해배상, 제도적 개혁(특히 군대 내 인권교육), 그리고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의 공소시효배제조약 가입 등이다.

English Summary (5 Paragraphs)

Lee Jae-seung’s 2004 paper provides a systematic and rigorous critical evaluation of the 2003 Jeju 4·3 Clarification Report using international human rights standards and transitional justice principles. Drawing on UN Human Rights Committee Joinet Principles and comparative cases from global truth commissions, Lee examines whether Korea’s Jeju 4·3 truth-seeking met international benchmarks for accountability, victim compensation, and institutional reform. Lee’s central diagnosis is that Korea’s gradual democratic transition—wherein post-transition governments retained elements of the prior authoritarian regime—resulted in the Special Act focusing solely on truth clarification and victim rehabilitation while excluding criminal prosecution and state crime accountability.

The paper identifies a fundamental failure: the Report does not clearly define 4·3’s essential character as either “legitimate resistance” (항쟁) or passive “suffering” (수난). While sympathizing with political constraints the 2003 Committee faced, Lee argues this ambiguity represents a critical weakness in truth-telling. More egregiously, despite repeatedly mentioning “mass slaughter” and “scorched-earth operations,” the Report never explicitly designates these acts as genocide—revealing state attempts to obfuscate criminal responsibility through linguistic euphemism. The state systematized “semantic sanitization”: “scorched-earth campaign” became “intensive suppression operation”; “genocide” became “mass casualty.” This reflects state refusal to acknowledge itself as criminal perpetrator, a pattern Lee identifies across virtually all Korean past-cleansing initiatives.

Lee emphasizes the indivisibility of truth-telling and justice realization. Excluding criminal prosecution and victim compensation, the Report collapsed into mere “chronology of harm documentation.” By failing to identify specific perpetrators, command chains, and individual perpetrators, the Report avoided classifying 4·3 as state crime. Lee distinguishes the Report’s approach from the South African truth-reconciliation model and Latin American truth-justice model, terming Korea’s approach the “consolation model” (위령 모델)—applying symbolic measures and subsistence support while evading legal state crime designation and perpetrator accountability. This simultaneously memorializes victims and protects state legitimacy.

A critical issue Lee raises concerns victim discrimination implicit in the Report’s emphasis on “innocent civilians”—which implicitly categorizes leftist activists and mountain partisan combatants as culpable. Lee counters that “before genocide, all are innocent.” Perpetrators’ political affiliations are irrelevant to state mass killing’s human rights criminality. Notably, the Committee’s composition—with the Prime Minister as chair and multiple government cabinet members as members—compromised independence, allowing victim-perpetrator balance to undermine accountability language. State representatives continuously managed terminology, ensuring the Report would not legally classify 4·3 as prosecutable state crime.

In conclusion, Lee’s evaluation judges the 2003 Report inadequate by international transitional justice standards. Comparing Guatemala’s Historical Clarification Commission Report—which recommended victim dignity recognition, property restitution, economic and psychological compensation, moral-symbolic reparations, human rights education, military reform, enforced disappearance investigation, and prosecution of crimes against humanity—Lee finds the Jeju Report’s recommendations “excessively sparse.” Yet Lee avoids absolute rejection, viewing the Report as a “beginning” and “midway checkpoint” requiring subsequent phases: explicit state crime designation, perpetrator prosecution, victim compensation, institutional reform (especially military human rights education), and Korean accession to conventions excluding crimes against humanity from statutes of limitation.

Keywords

인물/People: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사건/Incidents: 제주4·3 (1947-1954), 2003년 진상조사보고서 발표, 초토화작전, 집단살해, 군사재판

기관/Organizations: 제주4·3진상규명위원회, 제주4·3위원회, 과테말라역사적진실규명위원회, 의문사위원회

장소/Places: 제주, 남한, 한반도

개념/Concepts: 이행기정의, 과거청산, 진상규명, 정의실현, 집단살해(genocide), 국가범죄, 불처벌, 책임자처벌, 피해배상, 희생자 명예회복, 위령모델, 진실-화해, 진실-정의, 인권기준, 공정성, 독립성

학술적 의의 및 선행 연구와의 관계

이재승의 지속적 연구 궤적

이 2004년 논문은 이재승의 제주4·3에 대한 학문적 작업의 중요한 단계를 나타낸다:

  • 2004년: 진상조사보고서의 평가 — 국제적 기준으로 한국 과거청산 정책 비판
  • 2016년: 이적죄와 정명의 기원 연구 — 법적 개념 정의의 역사적 추적
  • 2021년: 자결권을 통한 법적 정초 — 국제법의 자결권 개념으로 4·3 항쟁론 구성

이행기정의의 국제적 컨텍스트

논문은 다음의 국제적 과거청산 원칙들을 한국의 제주4·3에 적용한다:

  1. 진실권: 국민 전체의 진실 알 권리
  2. 책임성: 책임자 처벌과 명확한 책임 규명
  3. 배상: 경제적·심리적·도덕적 배상
  4. 비반복 보장: 재발방지 메커니즘과 제도 개혁
  5. 기억: 희생자 추모 및 역사 기록

제주4·3의 경우 1번(진실규명)과 5번(기억)에 집중하고 2~4번을 배제한 형태로 비판된다.

국내 과거청산 논의에서의 위치

이 논문은 다음의 관점들을 통합한다:

  • 법적 관점: 국가범죄의 개념, 불처벌의 문제
  • 인권 관점: 희생자 차별, 인권기준의 적용
  • 비교법 관점: 남아공, 라틴아메리카, 과테말라 사례
  • 체제이행 관점: 급격한 이행 vs. 완만한 이행의 차이가 과거청산에 미치는 영향

Memory Studies와의 접점

정명(定名)의 문제—제주4·3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는 기억의 정치학과 직결된다. “4·3사건”이라는 표현과 “4·3항쟁”이라는 표현은 같은 역사 사건에 대해 완전히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2021년 논문의 자결권 개념으로 이어지는 근본적 질문이기도 하다.

관련 논쟁 및 참고사항

진상조사보고서의 “용어순화” 문제

저자가 지적한 “용어순화”는 이후 한국 과거청산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이다:

  • “고문”을 “신문”으로, “학살”을 “불상사”로 표현하는 방식
  •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언어적 전략
  • 국가가 “도덕적 공훈을 배분하는 우월자”로 둔갑하려는 태도

”위령모델”의 평가

저자의 “위령모델” 개념화는 이후 한국의 과거청산 정책을 이해하는 틀로 활용된다. 이는 단순히 비판적 개념이 아니라, 한국의 체제이행 특성을 반영하는 분석적 범주로 기능한다.

미국의 역할에 대한 평가

논문은 진상조사보고서가 미군정과 미국의 책임을 “상당한 정도의 정보”로 제공했음을 평가한다. 이는 이후 한국-미국 관계 속에서 과거청산을 논의할 때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원문 출처

기본정보

  • 저자: 이재승
  • 제목: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에 대한 평가
  • 영문제목: Evaluation of the Cheju 4·3 Massacre Clarification Report
  • 출처: 민주법학 제24호
  • 발행연도: 2003년 12월 (2004년 발행)
  • 페이지: pp.17-65
  • 심사위원: 김도현, 김순태, 박승룡

저자 소속

  •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논문의 학문적 위상 이 논문은 2003년 진상조사위원회의 공식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가장 이른 시기에 제출된 본격적인 학술 비판이다. 기존의 보수와 진보 진영의 정치적 비판을 넘어, 국제적 과거청산 기준을 적용한 첫 체계적 평가로 평가받는다.